<정영선: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들을 위하여>, 땅과 삶을 잇는 초록색 예술 위의 유람

국내 전시 최초로 레드닷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최고상 받았다던 <정영선: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 전시가 레드닷을 수상하는 경우는 드물기에 더욱 의미가 깊다. 이 전시는 한국 최초 여성 조경가 정영선을 조명하는 전시이다.

사실 글을 쓰는 이 시점에는 이미 끝난 지가 한참 되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여운이 남기 때문에 후기를 쓴다. 이번을 계기로 오래전에 보았던 인상 깊었던 전시들도 블로그에 조각조각 모아두고 싶다.

 

&lt;정영선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gt;의 포스터

 

 

 

국립현대미술관

#1. 들어가며 관람객 여러분, 안녕하세요? 배우 한예리입니다. ‹정영선 :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 전은 한국의 1세대 조경가, 정영선 작가의 삶과 작업을 총망라하는 전시입니다. 정

www.mmca.go.kr

 

초록을 더하는 정영선

그녀는 우리나라 1세대 조경가로, 약 50년 가까이 우리가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장소들에 초록을 더해왔다. 각종 공원과 리조트, 국토 경관과 개인 주택까지. 막상 이 전시를 보기 전까지는 누가 그런 일들을 해왔는지에 대해 고민을 해본 적이 드물었던 것 같다. 여러모로 한 분야를 선두한 개척자에 대한 존경과 동시에, 우리가 밟고 지내는 이 땅과는 어떻게 조화로운 삶을 일구어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엿볼 수 있는 전시였다.

 

조경은 땅에 쓰는 한 편의 시가 될 수 있고 깊은 울림을 줍니다


그녀는 예술의전당, 국립중앙박물관, 제주도 오설록, 아모레퍼시픽까지 민간 기업과도 많은 작업 활동을 이어왔다. 그중에서도 인상 깊게 봤던 것은 호암 미술관의 <희원>. 한국 전통 정원에서 강조하는 차경, 즉 경치를 빌려오는 원칙을 기반으로 하여 우리 고유의 식재들과 주변 경관을 잘 어우러지게 만든 점이 인상적이다.

국립 현대 미술관에는 화이트 큐브에 둘러싸인 선큰가든(도심의 지하 공간에 채광이 들도록 꾸민 정원)이 있다. 이 때문에 국현미 내부에서도 전시장이 답답하게 느껴지지 않는다고들 한다. 그리고 이번 전시가 특별했던 이유는 정영선 조경가가 그 공간을 직접 연출했기 때문이다. 주로 양치식물과 자연석이 배치되었으며, 그 마스터 플랜도 전시 안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막바지에 실제 조경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 이 전시만의 특별한 점이었다.

 

&lt;정영선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gt;의 아카이빙 스케치. 색연필과 펜으로 그려짐.
다양한 스케치와 작업 과정도 한눈에 모아볼 수 있었다.

 

 

발로 밟고 관망하는 전시구성

 

&lt;정영선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gt;의 전경

 

 

물론 전시의 내용적인 측면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전시 구성에 대한 인상이 강했다. 

<정영선: 이 땅에 숨쉬는 모든 것들을 위하여>전은 여타 전시들과 다르게 주제별로 "방"으로 구분되어 있지 않는다. 또한, 바닥의 각 유리큐브에는 지난 작업이 아카이빙 되어있으며, 벽면에는 그녀가 작업한 공간들의 사진이 나열되어 있다. 관람자는 마치 발치에 깔린 식물들을 구경하듯 아래를 보면서 전시장을 돌아다니거나, 화단의 경계석을 따라 걷는 것처럼 가장자리를 따라 걷게 된다. 

이러한 관람자의 모습은 마치 자연을 구경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전시를 보고 나왔을 때에 마치 뒷짐을 지고 정원에 유유히 산책을 나오는 듯한 느낌을 강하게 받았기 때문이다. 전시 기획이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가길 강조하는 정영선 조경가의 생애와 맞닿아있어 더욱 의미가 깊다고 느꼈다.

 

 

다른 이야기

&lt;정영선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gt;의 리플렛, 사우스케이프에 대한 소개.
팜플렛 내 사우스케이프

 

이번 전시에서 내가 좋아하는 건축가의 작품도 만나볼 수 있어 반가웠다. 바로 매스스터디스가 작업한 사우스케이프다. 최근 코헤이나와를 비롯해 여러 유명작가들의 전시를 이어가고 있는 이태원의 페이스갤러리 또한 매스스터디스가 작업했다. 개인적으로는 페이스갤러리를 방문하고 그 완성도와 몰입감에 완전히 매료되었는데, 그러한 매스스터디스의의 사우스케이프 조경 배치도를 볼 수 있었던 게 굉장히 기뻤다. 특히나 바다, 주차장의 위치와 동선을 생각하면 조경의 의도가 보여 재미있다.

 

 

건축가 조민석이 지켜온 것 - ELLE DECOR

건축가 조민석이 지켜온 것 - 사회에서 건축이 할 수 있는 일을 물을 때 조민석은 ‘돌봄’이라고 말한다.

www.elle.co.kr

 

이 외에도 이번 전시에서는 유명한 국내 건축사무소들의 이름이 자주 등장해 괜스레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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