는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수많은 소련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은 책이다. 문학이라기에는 저널 같고, 저널이라기엔 문학 같다. 이처럼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자기만의 독자적인 글 구성을 고안하여, 여성들의 목소리를 마치 베를 짜듯 촘촘히 엮어 하나의 맥락으로 재구성한다. 이 책은 역사적 순서나 시간이 아닌 목소리들의 큰 이야기 덩어리별로 구성되어 있다. 벨라루스의 작가, 그리고 승전의 기쁨과 현실의 괴리 작가는 종전 3년 후인 1948년에 태어나 벨라루스에서 자란 저널리스트이다. 당시 소련은 승리에 취해 있었고, 승전국의 영웅적 서사를 담기도 바쁠 때에 소련 여성들의 아픔을 이야기 하는 것은 사회 분위기상 터부시 되었다. 이 때문에 책은 1983년 집필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2년 뒤에나 일부 내용..
이상한 초상화도리언 그레이는 누가 봐도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미청년이다. 그는 헨리 경의 소개로 화가 배질 홀워드를 만나게 되고, 배질은 그의 아름다움에 심취해 초상화를 완성한다. 도리언은 그 초상화를 선물로 받아 집에 들여놓게 되는데,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다.자신의 미를 잃을까 두려워하는 그의 소망이 통한 것일까? 초상화는 도리언 대신 늙어가고, 그는 영원한 아름다움을 얻게 된다. 심지어 도리언이 살아가며 죄를 저지를 수록 초상화는 더 추악한 형태로 변해간다. 그는 초상화를 누군가에게 들킬까 두렵다. 결국 그는 그림에 천을 덮고, 방에 가둔 채 문을 잠그지만, 그림을 그린 배질 홀워드는 그림을 다시 보길 희망하는데… 외적인 아름다움을 지녔다고 내면 또한 그러리라는 법은 없다. 도리언 또한 특출난 외모..
선생님, 일탈, 기묘한 모래의 마을작중 주인공인 니키준페이는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반복되는 교직 생활을 무료히 여긴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독특한 모래 마을로 여름휴가를 떠나게 된다. 모래 마을의 사람들은 구덩이에 각각 집을 짓고 사는데, 주인공은 그 동네 주민의 도움으로 그 집들 중 하나에서 하루를 묵게 된다. 하지만, 모든 것은 주민들의 함정이었다. 집 주인인 과부(모래의 여자)는 그를 구덩이에서 내보낼 생각이 없고,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사구에서 나올 수가 없다. 그 집에서 탈출하기 위해 모래 벽을 타보기도 하고, 협상도, 협박도 해본다. 하지만 모래의 여자는 계속해서 그를 잡아둔다. 모래는 계속해서 집에 스며든다. 말그대로 삽질, 또 삽질...노동의 가치는 무엇인가?요컨..
국립현대미술관#1. 전시 인사말 ‹가변하는 소장품› 전을 찾아주신 관람객 여러분, 반갑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 가운데 다양한 조건과 ‘가변적인’ 특징을 가진 20여점의 작품을www.mmca.go.kr 은 가변적인 특징을 가진 작품들만 한 공간에 모아둔 기획전으로, 평소 개념 미술을 좋아하면 지나칠 수 없는 전시이다. 대부분의 작품이 전시 기간 내내 변하고, 나는 전시 개막 초반에 다녀왔다. 가변 작품이란?전시를 소개하기 앞서, 가변 작품에 대해 간단하게 이야기 하고 싶다. 가변 작품은 고정된 형태나 크기를 갖지 않고 상황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특성을 가진 예술 작품을 의미한다. 이번 전시에서 국립 현대 미술관은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일반 회화나 조각과 달리 정확하게 크기를 잴..
아무리 인상 깊은 전시더라도 모든 내용을 기억할 순 없기에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만 정제되어 남고 나머지는 휘발된다. 시간이 지나 쓰는 리뷰에는 더더욱 그런 재미가 있다. 특히 시간이 지나면서 어떤 전시가 나에게 더 큰 울림과 의미가 있었는지 명확해지기 때문이다. 프랏차야 핀통: 내일을 돌보는 오늘 | March 28 - May 26, 2024바라캇 컨템포러리는 오는 3월 28일부터 5월 26일까지 태국 출생 작가 프랏차야 핀통의 국내 첫 개인전 《내일을 돌보는 오늘 Today will take care of tomorrow》을 개최합니다. 이 전시는 서로 다른 사회,barakatcontemporary.com 내일을 돌보는 오늘 밤하늘의 별, 혹은 불꽃놀이처럼 보이는 이 작품은 복권을 팔고난 뒤..
초상품의 시대 너무 많은 가공을 거쳐 원재료와 동떨어진 음식을 초가공 식품이라고 한다. 음식을 소비하기 편리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원형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그 형태와 성질이 바뀐다고 하던데, 이것은 비단 음식만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자연에서 원료를 가져와 다양한 사물을 만드는 우리 인간은 모든 사물을 수단화하며 물건처럼 이용한다. '초가공' 식품처럼 우리는 '초상품' 시대를 살고 있다. 횡단하는 물질의 세계사물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사물을 돌과 같이 무심하게 놓여 있는 무생물로 보고 스쳐 지나가지 않았는가? 한 번도 유심히 살펴보지 않았던 대상을 문득 탐구할 대상으로 두면, 주변 풍경이 갑자기 낯설게 느껴진다. 이 전시는 '낯설게 하기' 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당연히 여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