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몇 년 전에 감명 깊게 보았던 것들이 휘발되는 것에 대한 강한 안타까움을 느꼈다. 뒤늦게서야 기록의 중요함을 깨달았다. 그래서 써본다. 올해 가장 재밌게 읽었던 책. 선생님, 일탈, 기묘한 모래의 마을회색 종족은 자기 이외의 인간이 빨강이든 파랑이든 초록이든, 회색 이외의 색을 지녔다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견딜 수 없는 자기혐오에 빠진다. 초등학교 선생님인 니키 준페이는 교직 생활을 무료히 여겨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여름휴가를 떠난다. 그가 향한 마을은 독특하게도 모래 구덩이 안쪽에 집을 짓고 산다. 그는 동네 주민의 도움으로 과부의 집에서 하루 묵게 되지만 이는 도움이 아니라 함정이었다. 그는 사구에서 나올 수가 없다. 모래는 계속해서 집에 스며들고 파내지 않으면 계속해서 귀찮게 군다. 그 ..
다른 세계들을 상상하게 해주는 급진적인 잠재력이 사변적 사유에 있다고 믿는다. 대학 동기들과 다녀온 . 전시 제목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느낌이라, 말 그대로 ‘사변’이라는 수식어가 너무 잘 어울렸다. 특정 작품보다는 작가 자체에서 감명을 많이 받은 전시다. 그 사변적인 것들을 실제 경험으로 끌어오기까지의 구체적인 노력, 함께해주는 사람들에 대한 겸손과 감사가 느껴져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아무래도 작가 또한 작업을 하면서도 구현되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기에 작업물이 실현되었을 때 더 큰 짜릿함을 느끼는 게 아닐까. 작업을 할 때에 저런 애티튜드를 가져야겠다고 반성하고 다짐하게 되는 계기였다. 1층은 드래프트가 나열되어 있다. 그리고 그 드래프트들이 실현되었을 때의 모습이 스크린에 나온다. 그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