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죽음을 앞둔 교수님과 함께 하는 마지막 대화들

사실 나는 에세이를 자주 읽는 편이 아니다. 무엇보다 타인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삶이 그다지 궁금하지 않았다. 요즘에야 많이 반성하지만, 타인에게 무관심해왔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우연히도 어머니의 책장과 형부의 책장에 같은 책이 꽂혀 있는 것을 보았고, 우리 가족들이 어떤 이야기를 읽었는지 궁금해졌다. 이미 한차례 휩쓸고 간 베스트셀러는 다른 의미로 재미있다.

 

 

죽음의 교과서

 

천천히 참을성 있게 생명이 사그라드는 나를 연구하시오.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시오. 그리고 나와 더불어 죽음을 배우시오.
나는 모리 선생님을 잃고 있었고, 우리 모두 모리를 잃어가고 있었다. 그분의 가족들, 친구들, 졸업생들, 동료 교수들, 선생님이 그토록 좋아했던 정치 토론 그룹 사람들, 전에 함께 춤췄던 파트너들까지도.

  브랜다이스 대학교의 사회학 교수 모리 슈워츠는 루게릭병에 걸려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은 의 저자인 미치 앨봄은 그의 오랜 제자로, 매주 화요일마다 그를 찾아가 대화를 나누고 이를 기록으로 남긴다. 그가 죽어가는 과정에서도 삶을 이야기 하는 모습은 TV로 방영되어 전 세계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준다.

모리는 죽음을 앞두고도, 삶을 비난하거나, 절망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죽음을 앞두고 비로소야 주목할 수 있는 '진짜 중요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 한다. 사랑, 가족, 공동체의식, 용서와 같은 삶의 가치들 말이다. 사실 죽음을 앞두고도 어떻게 이토록 초연할 수 있을까 싶지만, 죽음이라는 압도적인 존재에 대한 저항이 무의미하다고 느낀게 아닌가 싶다. 대신, 그동안 살아온 삶의 지혜를 최선으로 발휘하며 인생을 잘 갈무리하는 것이 그가 그린 최선의 모습이 아닐까. (눈물 줄줄)

 


 

진짜 중요한 것들은

 

물론 사회의 규칙을 모두 다 무시하라는 뜻은 아니야. 예를 들면 나는 벌거벗은 채 돌아다니지도 않고, 신호등이 빨간 불일 때는 반드시 멈춘다네. 작은 것들은 순종할 수 있지. 하지만 어떻게 생각할지,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여길지 등 줄기가 큰 것들은 스스로 결정을 내려야 하네. 다른 사람이, 혹은 사회가 우리 대신 그런 사항을 결정하게 내버려둘 순 없지.
우리가 서로 사랑하고, 우리가 가졌던 사랑의 감정을 기억할 수 있는 한, 우리는 진짜 우리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잊혀지지 않고 죽을 수 있네. (...) 죽음은 생명이 끝나는 것이지, 관계가 끝나는 것은 아니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를 '관계'에서 찾는다는 점에서 <클라라와 태양> 이 떠올랐다. 

 

<클라라와 태양>, 이타적인 로봇과 인간만의 특별함에 대한 질문

강렬한 표지와 특이한 제목 때문에 언젠가는 읽어야지 하던 책. 해가 짧아지기 시작하던 늦가을에 읽기 시작했다. 클라라와 태양 주인공 클라라는 햇빛을 원동력으로 하는 AF(Artificial Fri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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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관계나 배려, 다정함보다 물질적인 것들이 큰 가치를 갖는 세상이다. 우리는 더 좋은 것을 누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그 과정에서 더 소중한 것들을 너무나도 쉽게 잊어버린다. 사실은 나 또한 다르지 않기에, 그러한 물질적 풍요를 좇는 나의 모습 또한 많이 반성하게 되었던 시간이었다. 우리가 매달리는 것들 일부, 혹은 대부분이 실제로는 삶에서 전혀 중요하지 않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들어 내가 생각하는 중요한 가치를 다시 정리할 필요를 느낀다.

 

 

 

스승은 영원까지 영향을 미친다. 어디서 그 영향이 끝날지 스승 자신도 알 수가 없다.